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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서명  복안(複眼)의 영상 - 나와 구로사와 아키라(黒澤明)  출판일  2012년 3월 9일
 저자명  하시모토 시노부  역자명  강태웅
 가 격  9,000원  페이지  368
저자인 하시모토 시노부는 일본 영화계를 이끌어 온 시나리오 작가이자 제작자로, 구로사와 아키라의 <라쇼몬>으로 데뷔한 이래 <살다>, <7인의 사무라이> 등 구로사와의 많은 작품에서 시나리오를 담당하였다. 그 외에 <할복>, <하얀거탑>, <모래그릇> 등 단독으로 쓴 작품에서도 수많은 명작을 만들어 냈다.
이 책은 저자가 아흔을 앞두고 쓴 만년의 자서전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단순한 자서전이라고 하기에는 독특한 점이 있다. 하시모토의 독자적인 작품세계에 대한 기술보다는 구로사와 아키라와의 관계를 축으로 한, 시나리오 작가 하시모토 시노부로서의 행보를 기록하고 있다는 점이 바로 그것이다. 이 책은 하시모토 시노부가 전후(戰後)를 대표하는 시나리오 작가로 성장해 가는 과정, 구로사와 아키라와의 교우와 갈등, 동시대를 살아간 스타 작가들과 함께한 공동각본 집필 과정에서의 동지애 등을 여과 없이 보여 준다. 저자가 풀어내는 이야기들은 숨 막히는 각본 제작 현장에 있었던 당사자이기 때문에 더욱 실감 있고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또한 영화와 시나리오에 대한 깊이 있는 시각을 쉽게 풀어쓰고 있기 때문에 영화를 좋아하는 독자라면 누구나 흥미롭게 읽을 수 있다.
이 책의 원서인 『複眼の映像―私と黑澤明』는 2006년 일본에서 출간되자마자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고, NHK에서는 이 책의 내용을 토대로 하시모토 시노부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제작하기도 하였다.

- 시나리오, 하시모토 시노부의 인생을 바꾸다

저자는 구로사와 영화의 공동각본에 참여한 당사자로서 당시의 에피소드를 생생하게 기록하고 있다. 군인 요양소에서 우연히 ‘시나리오’라는 것을 접하고 자신이 쓴 각본을 이타미 만사쿠에게 보내 그의 제자가 된 후, <라쇼몬>의 시나리오 작업에 참여하면서 구로사와의 공동각본 작업 방식을 익혀간다. 시나리오를 영화의 ‘설계도’로 여긴 하시모토. 우여곡절 끝에 탄생한 <7인의 사무라이>를 통해 그는 군더더기 없는 ‘설계도’를 그려낼 수 있는 자신만의 확고한 ‘자와 컴퍼스’를 갖게 된다.
이 책에는 <라쇼몬>, <살다>, <7인의 사무라이> 등의 시나리오 집필에서 있었던 각각의 에피소드가 매우 생생하게 묘사되어 있어서 때로는 유쾌하게, 때로는 신랄하게 구로사와 아키라의 영화를 전혀 보지 않은 이마저도 ‘도대체 어떤 영화들이기에?’ 하는 궁금증을 자아내게 될 것이다. 또한 이러한 에피소드를 통해 시나리오가 영화 제작에 있어서 얼마나 중요한 요소인지, 문자를 통하여 영상을 상상해내고 생산해내는 일이 얼마나 고된 작업인지 생생하게 전달된다.

- 구로사와 아키라를 만나다

이 책에서 저자는 구로사와와의 만남을 ‘운명’이라고 쓰고 있다. 책을 읽는 내내 “두 사람의 눈, 즉 ‘복안’에 의해 태어난 명작들은 복안 없이는 성립하지 않았다”는 하시모토의 신념이 강하게 전해짐을 느낄 수 있다. 저자는 인물 조예를 철저하게 탐구하여 걸작을 만들어 내는 것을 구로사와로부터 배웠으며, 구로사와가 ‘세계적인 감독’, ‘천재 감독’이라는 타이틀을 달 수 있었던 이유로 ‘복안’의 작업을 꼽는다.

...같은 장면을 여럿 준비함으로써, 그것들로부터는 어떠한 편집이라도 가능하여, 내용이 충실하고 박력 있는 참신한 각본이 만들어진다. 구로사와 팀의 공동각본이란, 동일한 장면을 복수의 사람이 각각의 눈으로 써내고, 그것들을 편집하여 혼성합창의 질감이 있는 각본을 만들어 내는 것으로, 바로 이 점이 구로사와 작품의 최대 특징이다. (본문 208쪽)

구로사와 아키라의 조건은 우선 뛰어난 감각과 재능이 있고, 수준 높은 영화각본을 쓸 수 있는 자일 것. 동시에 주변에 같은 수준의 작가가 서너 명이 존재하여, 작품마다 팀을 꾸려 그중에 한 명 또는 두 명과 같은 책상 위에서 같은 장면을 누가 잘 썼는지 치열하게 경쟁하며 쓰는, 특수한 집필방법이 만들어 낸 ‘복안의 눈’에 의한 완성도 높은 공동각본을 현장에 가져가는 것이 기본 조건이다. (본문 353쪽)

<7인의 사무라이>가 끝난 후 하시모토는 장인으로서 시나리오를 쓰는 ‘자와 컴퍼스’를 얻은 반면, 구로사와는 이제까지 가지고 있던 독창적인 그만의 ‘자와 컴퍼스’를 모두 버린다. <가게무샤>, <란> 등 ‘복안’이 아닌 과도한 ‘주관’에 빠져 인물 탐구를 게을리 한 만년의 구로사와 작품에 대한 저자의 따끔한 지적이 인상적이다. 날카로운 지적이지만 그 속에서 구로사와에 대한 애정, 존경심, 안타까움 등을 느낄 수 있다.

- 일본 영화계, 나아가 한국 영화계의 이정표를 제시하다

영화 제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각본으로, 그 각본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첫째 테마, 둘째 스토리, 셋째 인물 설정(구성을 포함)임은, 영화 초창기부터의 정설이지만, 각본이 영화에서 차지하는 중요성에 걸맞은 대우를, 영화계나 그 주변에서 받아온 적이 없는 것처럼, 각본에서도 기초적인 세 가지 중요 사항이 정확히 준비되어 쓰인 적은 그다지 없다. 만약 대다수의 각본이 기본조건을 충족시킨다면, 영화도, TV 드라마도, 지금보다는 훨씬 재미있고 질이 좋은 작품이 될 터이다. (본문 113쪽)

저자는 테마, 스토리, 인물 설정이 정확히 준비되어 쓰인 각본, 균일 입장료 및 상영시간의 틀을 폐지함으로써 진정성과 예술성을 갖춘 작품을 탄생시킬 것이라고 말한다. 또한 시나리오 소재 고갈이라는 기존 시나리오 작업방식의 한계를 극복하는 방안으로 ‘복안’을 제시한다.
세계에서 보기 드문 집필방식(공동각본)의 실제가 바로 그 당사자에 의해 기록된 것은 영화사의 사료로서 충분히 가치가 있다. 이 책은 일본 영화사뿐 아니라 성장통을 앓고 있는 한국 영화계에도 이정표를 제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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